2012년 4월 3일 화요일

친일청산 반대의 진실


1. 친일파 청산법 반대 의원 명단?

인터넷에 아직 떠돌고 있는 친일파 청산법 반대 명단이 있다.

이 명단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언제 작성되었는지 알기 힘들어 여기저기 뒤져봤다. 그러다가 이 명단이 몇 가지 심각한 오해를 만들 수 있어서 정리해 보려 한다.

우선 인터넷에 떠도는 명단은 다음과 같다.
(심지어 인터넷에는 이 명단을 '친일파 청산법에 반대한 의원 명단'으로 제목을 바꿔서 올려놓기도 했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친일반민족행위특별법' 발의에 서명하지 않은 국회의원 명단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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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2000-2004년은 제 16대 국회이며 이때 발의된 법안의 정확한 명칭은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안' 이다.

위의 16대 국회의원들이 발의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2003년 8월 14일 당시)

그렇다면 발의에 '동참하지 않는 것 = 그 법률안에 반대하는 것' 일까?

물론 법률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당연히 법률안을 발의하는데에도 동참하지 않는다. 그러나 법률안을 발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법률안에 반대했다는 건 맞지 않다.



2. 국회에서는 어떻게 법을 만들까?

국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법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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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안을 국회에 제안하는 것(발의)은 최소 10명이상의 국회의원의 동의만 있으면 된다.

특히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안'(줄여서 반민족행위특별법)는 155명의 국회의원의 발의에 참여했기 때문에 법률안 발의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입법과정을 쉽게 바꿔서 말하자면

A아파트에서는 입주민 회의를 하는데 아파트 내 규칙을 정한다.

입주민 회의에서 주민 10명 이상이 모여야 규칙을 제안할 수 있다.

회의에서 101동에 사는 주민 10명은 함께 모여 '일주일 중 하루를 분리수거일로 정하자'라는 제안을 했다.

입주민 회의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수요일을 분리수거일로 정하자'라는 제안으로 수정한다.

입주민을 대상으로 '수요일을 분리수거일로 정하는데 동의하는 지' 투표를 실시하고 입주민 중 절반이상이 찬성하면 수요일을 분리수거일로 정한다.


법률안 발의에 서명하지 않은 국회의원 = 그 법률안에 반대한 국회의원 이라면

'일주일 중 하루를 분리수거일로 정하자'는 제안을 하는데 동참하지 않았으니 '일주일 중 하루를 분리수거일로 정하는데 동의하지 않은' 것 이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제안에 동참하지 않아도 투표에서는 찬성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제안-발의 과정에서 반대를 한 의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본회의 의결에서 찬성하지 않은 의원이 누구냐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결정적으로 국회의원의 의사를 나타낸 것이기 때문이다.

반민족행위 특별법은 본 회의 의결 과정은 어땠을까?



3. 반민족행위특별법 본회의 의결 결과

반민족행위특별법안은 2004년 3월 2일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총 국회의원은 전체 269명중 231명이였으며 표결에 참석한 인원은 총 163명이었다. 이 법안은 찬성 151 명 : 반대 2명 : 기권 10명으로 통과되었다.

결과를 살펴보자면 법률안 발의에는 동의했지만 실제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도 있었으며 발의에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찬성한 의원도 많았다. 


4. 반대 혹은 기권한 의원들

일명 친일파 청산법에 '반대' 했거나 '기권'한 의원 명단이다.

이름(당시 소속) / 현역국회의원인지 여부 / 선거구 / 발의에 참여하였는지 순으로 기술하였다.


1. 본 회의 표결에서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안'에 반대한 의원(16대)
(김광원 : 경북 봉화 울진, 이강두 : 경남 함양 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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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 회의에서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안' 표결에 기권한 의원(16대)

(김기춘 : 경남 거제, 김동욱 : 경남 통영 고성, 박병윤 : 전국구, 박상희 : 전국구, 박 진 : 서울 종로, 양승부 : 전국구, 윤두환 : 울산 북구, 이상배 : 경북 상주, 정문화 : 부산 서구, 하순봉 : 경남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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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특별법에 반대한 2명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의원이었다. 1명은 심지어 법률안 발의에 참여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이 16대 때 친일파 청산에 적극적으로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17대 재선에 성공했다. 18대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친일반민족행위특별법 표결에 기권한 의원은 모두 10명이였다. 새천년민주당 3 : 한나라당 7 이었다.

기권한 한나라당 의원은 경상도, 부산, 울산 등 모두 한나라당 텃밭에서 뽑힌 의원이 많았으며 새천년민주당의원은 3명 중 2명이 전국구 비례대표 의원이었다.

17대에 재선에 성공한 의원은 4명이였으며 그 중 서울시 종로구 박 진 의원은 18대에도 재선에 성공했다. 또, 윤두환 의원도 17대에 이어 18대에도 재선에 성공했으나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결국, 인터넷에 떠도는 명단 중 실제로 반대한 16대 국회의원은 단 1명이었고, 기권표를 던진 사람이 8명이었다. 


5. 일제강점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관한특별법안 찬성 의원 명단(16대)

+ 이름과 16대 당시 소속 정당, 지역구만 표기.(지역구 표기 방법 : ex 경상남도 거제시 > 경남 거제) 


강봉균(새천년민주, 전북 군산)  강숙자(민주국민, 전국구)  강운태(무소속, 광주 남구) 
강인섭(한나라, 서울 은평갑)  강재섭(한나라, 대구 서구)  강창희(자유민주연합, 대전 중구) 
고진부(새천년민주, 제주 서귀포 남제주)  고흥길(한나라, 성남 분당갑)  구종태(새천년민주, 전국구) 
권기술(한나라, 울산 울주)  권오을(한나라, 경북 안동)  권철현(한나라, 부산 사상)  
김경재(새천년민주, 전남 순천)  김경천(새천년민주, 광주 동구)  김근태(서울 도봉갑)   
김덕규(새천년민주, 서울 중랑 을)  김덕룡(한나라, 서울 서초 을)  김덕배(새천년민주, 고양 일산 을)
이상득(한나라, 경북 포항 남구.울릉)  이승철(한나라, 서울 구로 을)  이용삼(새천년민주, 강원 철원.화천.양구)
이우재(한나라, 서울 금천)  이원창(한나라, 전국구)  이윤성(한나라, 인천 남동 갑) 
이재창(한나라, 경기도 파주)  이종걸(새천년민주, 경기 안양 만안)  이주영(한나라, 경남 창원 을)
이해구(한나라, 경기도 안성)  이해봉(한나라, 대구 달서 을)  이해찬(새천년민주, 서울 관악 을)
이협(새천년민주, 전북 익산)  이호웅(새천년민주, 인천 남동 을)  이희규(새천년민주, 경기 이천)
임인배(한나라, 경북 김천)  임종석(새천년민주, 서울 성동) 임진출(한나라, 전국구)
임채정(새천년민주당, 서울 노원 을)  임태희(한나라, 성남 분당 을)  장광근(한나라, 전국구) 
장영달(새천년민주, 전북 전주 완산)  장재식(새천년민주, 서울 서대문 을)  전용원(한나라, 경기 구리)
전용학(새천년민주, 충남 천안 갑)  전재희(한나라, 전국구)  정갑윤(한나라, 울산 중구)
정동영(새천년민주, 전북 전주 덕진)  정동채(새천년민주, 전북 서구)  정몽준(무소속, 울산 동구)
정범구(새천년민주, 고양 일산 갑)  정병국(한나라, 경기 가평.양평)  정세균(새천년민주, 전북 진안.무주.장수)
정창화(한나라, 경북 군위.의성)  정철기(새천년민주, 전남 광양.구례)  정형근(한나라, 부산 북.강서구 갑)  
조성준(새천년민주, 경기 성남 중원)  조웅규(한나라, 전국구)  조재환(새천년민주, 전국구)
조정무(한나라, 경기 남양주)  조한천(새천년민주, 인천 서구.강화 갑)  최병국(한나라, 울산 남구)
최연희(한나라, 강원 동해.삼척)  최용규(새천년민주, 인천 부평 을)  최재승(새천년민주, 전국구)
한충수(새천년민주, 전국구)  함석재(자민련, 충남 천안 을)  허태열(한나라, 부산 북.강서구 을)
홍문종(한나라, 경기 의정부)  홍사덕(한나라, 전국구)  홍재형(새천년민주, 충북 청주 상당)
황우여(한나라, 인천 연수)


굵은 글씨로 쓰인 의원은 발의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본회의 표결에서는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다.
즉 2003년 8월 14일 최종 마감인 친일반민족행위특별법안 발의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법안에 반대했을것이라고 오해를 받는 사람들이다. 
총 46명 쯤 되는데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은 총 114명이기 때문에 발의에 참여하지 않고 법안에 찬성한 의원은 무려 50%, 반 이상에 가깝다.

이외에도 아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도 많다. 전체 국회의원 수는 273명이지만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것은 231명이고 그 중에서 이 표결에 참여한 것은 단 163명이었다.

전체 의원중 무려 100명 넘게 친일반민족특별법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왜 본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는지, 회의에 참석하고도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는지 지금의 내 능력으로는 확인할 길이 없어서 제외했다.


6.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희생자가 없게 하라’ 

법학을 배우면서 들었던 명언 중에 오래도록 기억나는 말이 있다. 바로 제목에 써놓은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희생자가 없게 하라' 라는 말이다.

이 말은 법에서도 중요하지만 인터넷 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인터넷에서는 너무 쉽게 사람을 단죄해 버린다. 정확한 사정을 알지도 못하면서 개똥녀, 패륜녀 등으로 낙인찍고 그 사람의 생활을 파괴해 버린다.

국회의원은 우리의 감시 대상이다. 우리가 그들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인터넷은 정보를 공유하고 국회의원들을 더 손쉽게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만큼 잘못된 정보로 국회의원들이 평가되기도 한다.

친일파 청산법 반대 의원 명단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는 친일파청산법 발의에 동참하지 않은 것 뿐이고, 그 명단 중 반이상이 친일파청산법에 동의했는데도 인터넷에는 떡하니 친일파청산법 반대 국회의원 명단으로 올라와 있다.

국회의원들이 하지도 않은 일로 욕을 먹는다면 그들도 사람일진데, 일할 맛이 나겠는가...

앞으로는 모두들 인터넷으로 접한 정보를 무작정 믿기보단 한번쯤 의심하고, 사실 확인을 했으면 좋겠다.

어떤 의원이 어떤 법안을 발의했는지, 찬성했는지 정도는 국회에서 충분히 검색이 가능하다.
위에 있는 정보도 전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검색한 자료이다.

당신이 뽑은 국회의원이 뭘 하고 있는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한번쯤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http://likms.assembly.go.kr/bill/jsp/main.jsp나 국회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면 검색이 가능하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인천공항매각에 관련된 법안을 발의한 의원 명단도 찾아서 올릴 예정이다. 아마 한미FTA가 통과되게 된다면 그 명단도 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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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다른 부분 있으면, 댓글로 지적해주세요.
대부분의 자료는 국회에서 찾은 건데, 찾고 나서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명단이 작성된 시기가 16대 국회 때이기 때문에 16대 국회에 한해서 분석했습니다.
반대하거나 기권한 의원들 중 17대에 찬성으로 돌아섰을 수도 있고 찬성했던 의원이 반대로 돌아섰을 수도 있습니다. 

흠 16대때 우리 지역 국회의원 이었던 이성헌 의원은 발의에는 동참하고 정작 표결에는 빠졌네요, 그날 본회의에 참석은 했는데... 희안하네, 왜 이런 중요한 표결에서 빠진 거지?  

근데 대체 본 회의 참석 의원은 231명이나 되는데 실제 표결에 참여하는 사람은 163명밖에 안되는 거지 - -??
혹시 아시는 분 있나요...?

원래 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어도 의결에는 참여 안해도 되는거? 아니면 중간에 막 나감?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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